한국 찾은 외국인 환자, 5명 중 1명은 강남으로

김여란 기자

구청 전담팀 해외 홍보 효과… 진료도 성형외과 탈피 다양

러시아 카바로프스크에서 은행원과 경비원으로 각각 일하는 울리야나(27), 셰르예이(33) 부부는 불임치료를 받기 위해 이달 초 한국을 찾았다. 결혼한 지 10년째지만 아기가 없는 부부는 지난 8년 동안 러시아에서 불임치료에 매달렸으나 임신에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의술이 뛰어나다는 주변 이야기를 들은 울리야나 부부는 결국 한국행을 결심했다. 울리야나는 현재 강남구의 한 여성 전문병원에서 배란유도 주사 등 시험관 아기 시술을 받기 위한 준비작업을 하고 있다.

부부는 이국땅에서의 치료지만 큰 불편을 느끼지 않는다고 한다. 병원의 러시아 담당 코디네이터가 통역을 해주는 데다, 주치의는 진료 과정마다 어떤 치료를 진행하고 있는지 자세하게 설명을 한다.

불임치료를 받기 위해 아내와 함께 한국을 찾아온 러시아인 셰르예이가 지난 14일 서울 강남구의 한 산부인과에서 검사를 받고 있다. | 강남구 제공

불임치료를 받기 위해 아내와 함께 한국을 찾아온 러시아인 셰르예이가 지난 14일 서울 강남구의 한 산부인과에서 검사를 받고 있다. | 강남구 제공

지난 14일 병원에서 만난 울리야나 부부는 “아들 딸 상관없이 꼭 셋을 낳겠다”며 아기를 가질 수 있다는 희망에 환하게 웃었다. 진료비 및 체류비까지 따지면 러시아에서보다 20~30% 비용이 많이 들지만 셰르예이는 “의료 서비스의 질을 생각하면 전혀 비싸다고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시험관 아기 시술로 유명한 이 병원에서는 이날 울리야나 외에도 4건의 외국인 진료를 했다. 지난해 1021건이던 외국인 진료는 올해 4월까지 벌써 680건에 달했다.

강남구를 찾는 외국인 의료관광객이 해마다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강남구 전체 외국인 환자는 지난해 2만4535명으로 전년보다 28%나 증가했다. 전국 총 의료관광객의 20%에 이르는 규모다. 강남구는 외국인 환자 유치기관으로 등록한 의료기관이 전국적으로 2185곳인데 이 중 25%를 확보하고 있기도 하다.

강남구는 외국인 의료관광객이 늘면서 2009년 의료전담팀을 구성했다. 이 팀은 지역 내 병원들과 함께 중국, 러시아 등 현지에서 의료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해외환자 유치를 추진해왔다.

의료관광의 초기엔 성형외과 중심이었으나 이젠 다양한 분야로 외국인들이 찾는다. 산부인과 환자는 전년대비 316%나 늘어났고, 내과·한방과도 170% 이상 증가율을 보였다. 나라별로는 미국, 중국, 일본 순이며, 특히 러시아 환자가 전년대비 82.6%로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강남구 내 중형병원들은 강남구의 적극적인 의료관광객 유치 지원을 반기고 있다. 김석한 오페라 성형외과 원장은 “중소병원들로선 자체적인 해외 홍보가 어려운 실정”이라며 “강남구가 외국 현지에 나가 홍보할 기회를 마련해준 뒤로 외국인 환자가 한달에 5~6명 이상씩 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외국인 환자가 급증하면서 의료사고나 분쟁 해결 등을 위한 대비책, 바가지 요금 예방책도 요구된다.

아직 공식적인 외국인 의료분쟁 집계는 없지만 지난 4월 출범한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은 “이제까지 성형외과, 피부과, 안과 등 총 4건의 외국인 의료분쟁 상담을 진행했고 현재 조정 중”이라고 말했다. 한 병원 관계자는 “외국인 수가는 내국인과 다르게 병원 자율적으로 책정할 수 있어서 더 비싸게 받는 곳도 많다”고 지적했다.

강남구 관계자는 “외국인 전용 의료보험상품을 보험사와 공동으로 개발 중이고, 각 병원에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출범을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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